나의 이야기

공로연수10(양 조절)

태봉산 2023. 12. 25. 17:12

퇴직예비단계로 재택근무 중인 요즘은
요리에 재미를 붙여 간단한 찌개나 국을 직접 끓여서 역시 집에서 개기시는ㅡ본인은 '앱 개발자'라고 우기는 중이지만ㅡ아들과 같이 먹는 편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결혼전 총각시절에 자취를 몇년해서 아무거나 되는대로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유일한 고객(?)인 아들이 잘 먹어주니 나름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집에서 밥을 먹지않는 편인 아내는 먹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화이팅이라며 부추긴다. 자기 편하려는 뻔히 보이는 얕은 수이지만 역시 모른척 넘어간다.

음식을 해보니 먹어주는 아들이 맛있게 먹어주고 맛있다고 한 마디 툭 던지면 그게 그렇게 기쁘다. 애들을 한참 거둬 먹이고 보살펴야 할 시절에는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집안일은 아예 돌아보지 못했다. 아내도 맞벌이라 동분서주 하는 통에 애들을 잘 못 챙긴것이 요즘은 그렇게 후회가 된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동으로 서로 뛰고 빡세게 기었지만 소위 말하는 출세는 못했으니. 그래서 애 둘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있는 것이 내 탓인가 부모 탓인가 하는 자책을 수시로 하게 된다. 애들 공부도 다 때가 있는걸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도 금전적으로 큰 도움은 못 주더라도 독립하기 전 집에 있는 동안은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따뜻한 밥을 먹이리라 다짐한 바 있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며칠전 환갑 생일날에 외식하지는 걸 거절하고 내 손으로 직접 고기굽고 밥해서 멀리서 와 준 딸까지 4명이서 잘 먹었다.  덕분에 데면데면하던 아들과의 사이도 요즘은 썩 좋아져서 참 훈훈하다.

음식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바로 '양 조절'이 참 힘들다는 것이다. 초보이니 감이 없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양을 너무 많이 해서 매번 남기고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게 된다. 그냥 해주는 음식 먹을 땐 몰랐던 고민이다. 또 하나는 요즘 손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실 몇년전만 해도 업무상이든 모임이든 여자를 만나면 손을 먼저 보곤했다.  예쁘고 윤기나고 반질반질한 손을 보면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사람이라고, 반대로 울퉁불퉁한 손의 여성을 보면 참 열심히 사는구나라고 나만의 터무니없는 편견을 가졌었다.

근데 최근 해외여행 다니면서 입출국에 지문인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곳에서 나이든 여성분들 지문이 닳아서 인식이 안되서 쩔쩔매는 모습을 왕왕 보게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분들인들 손을 관리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 되었겠는가? 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의 훈장인데 그걸 부끄러워 해야 되는가.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은 꼭 고무장갑을 끼고 하게된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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