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심내막염

태봉산 2023. 10. 9. 22:46

2023. 10. 7. ㅡ10.9.

토요일/3일연휴의 첫날.
아침일찍 시골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제부터인가 이른아침이나 늦은밤에 전화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아니나다를까 아버지 몸이 안좋으니(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사흘째 지속) 와서 병원에 모시고 가라는 전화이다.

부랴부랴 씻고 운전해서 시골에 들어가는 길로 모시고 영천시내 유일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서 이런저런 검사끝에 내린 진단은 '심내막염'이 의심된다고.  심장을 감싸고 있는 얇은막이 있는데 그곳에 염증이 생겨서 물이 비정상적으로 많고 일부는 복강으로 흘러들어 복수가 차있는 상태. 무엇보다 위험한건 220을 오르내리는 혈압.

연휴기간 전문의는 부재라 대구시내 상급종합병원으로 모시고 가든지 택일하란다. 팔뚝에 수액주사 꽂고 피검사, 엑스레이, ct까지 찍은 후라서 병원을 옮기기가 망설여졌고 연세를 고려하여 그대로 입원시키기로 했다. 즉시 혈압강하제가 주사되고 소변줄이 꽂아지고 이뇨제가 투여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는 보호자가 있을수 없으니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시골로 향했는데 귀가 어두우니 얼마나 알아들으셨는지 확인할길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소지품을 욱여넣은 비닐봉지, 중절모, 지팡이와 흰고무신을 챙겨서 차에싣고 시골집으로 오는 중에 쉴새없이 눈물이 흐른다. 아직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이 무슨 주책인지.

다음날 아침 전화로 확인하니 다행히 혈압은 많이 떨어져 120ㅡ130을 유지한다고 하여 안심하고 볼일을 봤다.

3일째. 아침일찍 병원에 도착해서 코로나 검사하고 중환자실 들어가니 아버지 상태가 너무나 좋지않아서 충격을 받았다. 면회가 제한된 탓에 어제 막내가 잠깐 들여다본것 외에는 아무도 오지않으니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서 별 이상한 얘기를 다하신다. 귀가 너무나 어두워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하니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다.

자꾸만 퇴원하겠다는 아버지를 억지로 떼어놓고 시골로 오는데 가슴이 미어진다. 제일 보고싶은 사람이  어머니라고 하면서 우신다. 97년 이날이때까지 사시면서 자식앞에서 눈물이라고는 보인적이 없으셨건만. 거동이 불편하여 걸을수조차 없는 어머니가 그렇게 눈에 밢히셨나보다.  빨리 멘털을 회복하시길 간절히 빌어본다. 언젠가는 우리곁을 떠나시겠지만 아직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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