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공로연수4(먼산)

태봉산 2023. 9. 6. 16:14

2023.09.06.
퇴직준비교육 기간에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나는 반갑다고 아는체 하는데 반응이 시금털털. 한두번은 그러려니(내 방 제목과도 같으네. ㅎㅎ)했는데 몇번 계속해서 그런 반응. 아뿔싸, 그 쪽에선 별로 달갑잖은 만남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현타가 뒤늦게 왔다.

결정적인 건 어제다. 한 때 그와 나는 멘토멘티라고 자칭타칭할만큼 친하게 지냈고 수많은 시간을 소주잔맥주잔 부딪히며 통음하고 많은 고민을 함께했는데. 신호받고 서로 맞은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먼산으로. 못봤을수도 있다.  그러나 느낌이란게 있으니.

먼저 아는체 하려다가  찰나의 순간에 떠오른 생각하나. 또다른 퇴직자가 그에 대해서 내게 들려준 얘기이다. 역시나 친하게 지냈던터라 몇달 전에 자녀 혼사가 있어 카톡으로 청첩을 했는데 오지도않고 축의도 없었다고. 너무나 괘씸해서 전화를 두번이나 했는데 받지조차 않는다고 술자리에서 몇번이나 한 얘기가 떠올라서이다.

나도 애써 눈길을 돌리고 각자 제갈길로 갔는데 순간적으로 참 서글펐다. 내가 은퇴자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이런것이 바로 현역에서 내려온, 현장에서 멀어진 자의 현실이런가.

어제 그는 정녕 먼산을 봤던 것인가, 날 보지 못했던 것인가. 언젠가 물어볼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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