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어디쯤?

태봉산 2023. 12. 14. 11:33

어머니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치매약 드신지 한3년쯤 됐는데 올 봄부터 여름 가을 지나면서 눈에 띄게 인지력이 떨어진다.  손자손녀들 이름을 기억 못하시더니 이제는 며느리들 이름까지.

아들딸들도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는건지 안나시는지 그냥 "야야, 왔나.", "야야, 밥먹어라." 이런식이다.  열 명의 자식을 자신  뱃속에 열달간 품어 낳은뒤 그 중 둘은 잃고 여덟을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배곯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오셨건만. 차마 어머니한테 내가 누군데?라고 여쭤보지 못한다. 혹시라도 몰라라는 대답을 들을까봐 너무나 두렵다.

잘아는 지인의 어머니는 대소변 못 가리는지 오래됐고 본인 이름도 까먹고 남편 이름도 까먹고 자식들 이름도 까먹었는데,  낳아주신 친정엄마와 먼저보낸 큰아들 이름만은 또렷이 기억하면서 "엄마 보고싶다, ㅇㅇ보고싶다."만 되뇌이신단다. 지켜보는 자식들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까.

8남매중 여섯째인 나는 어려서부터 온순해서 그랬는지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거나 혼나본 기억이 없다. 한번도 큰소리 내신적도 없다. 성정이 온화해서 경우에 어긋나는 일은 한번도 하신적 없고 자식들 앞에서 생전 남 헐뜯는 말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게 살아오셨는데 이 무슨 천형이란 말인가?

앞으로 얼마나 더 기억을 잃어갈지, 지켜볼 일이 두렵기만 하다.

어머니, 당신의 기억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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